대학가 월세난…가정집 개조한 '칸막이 월세방'도 등장


등록일 201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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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근처 전봇대에 자취, 하숙집을 홍보하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있는 모습. (자료사진)

대학가 근처 전봇대에 자취, 하숙집을 홍보하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있는 모습. (자료사진)



[CBS 신동진 기자] 20일 오후 고려대 앞 자취촌 풍경. 새학기를 앞두고 학생들의 방구하기 전쟁이 한창이었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전세 매물은 거의 없었고 집주인들은 앞다퉈 '월세방'만을 거래 매물로 내놓고 있었다.


특히 가정집을 개조한 월세방도 있었다. 방값은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원이어서 비교적 싼 편이었다.


그런데 무리한 개조를 하다보니 원래 있던 하나의 거실을 컨테이너 패널 같은 것으로 막아 2개의 방으로 나눠놓았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월세 원룸 임대를 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각광받으며 집주인들이 보다 높은 소득을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 하나의 거실을 두개로 쪼개 놓은 것이다.


하지만 가정집을 급히 개조한 탓에 소방시설은 전무했고 공용공간 벽의 벽지는 다 찢어져 갈라져 있었다. 현관문도 거의 다 녹슬어 있는 상태였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더 싼 집은 없느냐고 물어본 뒤 소개받은 월세방을 직접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장판을 깐 좁은 복도가 나오고 복도의 왼쪽 켠에는 공용으로 쓰는 정수기와 전자렌지가 놓여있었다.


오른편 끝에는 화장실이, 왼편 끝 벽에 가스렌지가 붙어 있었고 그 옆으로 쪽방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쪽방이 월세만 25만원짜리였다.


매트리스 뒤로 어디로 통할 지 모를 철문이 굳게 잠겨있어 물어보니 "그 문을 열고 가면 주인집이란 연결된다"는 퉁명스런 공인중개사의 답이 돌아왔다.


방음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주인집의 텔레비전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최근 웬만한 대학가의 월세방은 10평 남짓한 크기지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 주를 이룬다.


전세로 치자면 6,000만~7,000만원 수준인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 8,0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비싸도 너무 비싼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앞에도 여느 대학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사업소가 즐비했다. 정문 앞 전봇대에는 자취방과 원룸, 하숙방 등을 홍보하는 전화번호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부동산마다 보증금과 월세가 적힌 메모들이 유리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수많은 부동산 중개사업소 중에서 눈에 잘띄는 노란색 간판을 내세운 부동산에 들어갔다. 최대한 싸면서 학교와 가까운 방을 보여달라고 하니, "기본적으로 1000만원에 40만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이하는 없느냐는 질문에 "반지하는 35만원이고 30만원짜리 월세방은 없다"는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다.


발길을 돌려 서강대로 향했다. 대흥역 인근 원룸 밀집지에는 작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룸촌이 보였다. 여기도 처음으로 공인중개사가 권한 방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였다.


다른 부동산으로 가서 이번에는 다짜고짜 가장 싼 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보증금 300만원에 35만원짜리 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니 실망감이 밀려왔다. 문을 열자 방 윗부분에 큼지막하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정사각형으로 짜여진 방에는 싱크대와 냉장고가 들어가 있었고 책상 하나를 들여놓는다고 가정하니 사람 한명이 겨우 잠을 청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왓다.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집 주인은 "방문만 열면 바로 밖인데 불이 나면 뛰쳐나가면 그만이지 않느냐"며 도리어 싸늘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방을 소개받아 찾아가보니 일단 안심이 됐다. 신축건물이라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소화기와 하강기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화재사고에 대비해 보험까지 들었다는 집 주인의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방은 심적으로는 당장 계약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택하기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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